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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세 초기 서유럽 미술의 형성_2
    카테고리 없음 2023. 7. 17. 16:09

      중세 미술에서는 누드묘사를 거의 금기시하였다. 아담과 이브가 누드의 유일한 예이다. 그것도 이 그림에서처럼 세부의 특징을 거의 묘사하지 않고 있다. 또한 선악과를 따서 아담에게 주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 한 장면에 이브를 두 번 묘사한 것을 보면 이 시대의 삽화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합리성보다는 이야기의 전달이 훨씬 중요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제까지 주로 필사본의 회화를 통해 커롤링거 왕저의 미술을 보았지만, 이 시대를 대표하는 미술품은 단연 금속공예이다. 그림에서 보는 아름다운 금속품은 모두 성경책의 표지이다. <린다우 복음서 표지>의 표지는 은에 금도금을 하고, 부분적으로는 에나멜로 색을 내고 귀한 돌을 박았다. 책의 네 모서리엔 네 복음사가가 새겨져 있지만 이 표지를 압도하는 것은 연속된 매듭무늬이다. 이러한 문양은 이 장 시작에서 본 앵글로색슨족이나 켈트족의 유산이다. 

      <린다우 복음서 표지>의 표지가 전통문양기법을 사용한 금속장식이라면, <그리스도와 신약성서의 성인들>의 표지는 당시 삽화의 회화적인 묘사를 금을 두드려 볼록하게 한 부조의 기법으로 만든 것이다. 가운데 그리스도는 우트레히트 시편의 삽화의 그리스도와 유사하며, 주변의 인물들과 건물, 나무들의 묘사도 스케치풍의 명쾌한 필선이 당시의 삽화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다이내미즘은 다음 장에서 볼 로마네스크 미술로 이어진다. 

     

     한편 독일지역에서 10세기에 발달한 오토 왕조의 미술은 매우 경직되고 권위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오토 3세가 소유하고 있었던 성경책엔 네 지역의 상징이 그려져 있는데, 오른쪽엔 왕이 정면으로 지배적으로 차지하고 왼쪽엔 슬로베니아, 독일, 갈리아, 로마 등 왕의 통치지역을 의인화한 인물들이 왕께 공물을 상납하고 있다. 성경책임에도 매우 정치적인 주제가 그려져 있는 것이다.  

     

     오토 3세는 감히 자신을 그리스도에 비유한 황제였다. 그의 두 번째 성경책에는 하느님이 직접 그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그림이 있다. 그가 명령하여 이렇게 그렸는지, 아니면 이렇게 그려서 바쳤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오토3세 치하가 얼마만큼 강압적인 통치였는지는 짐작할 만하다. 그는 하느님으로부터 왕관을 받고 아래에는 지구를 딛고 있으며 자신은 만돌라에 싸여 있다. 위에선 마치 그리스도처럼 네 복음사가에 둘러싸여 있고, 양 옆에 두 왕이, 그리고 아래엔 국가를 대표하는 무관과 교회를 대표하는 성직자가 그를 받들고 있다. 제정일치제였던 비잔틴에서 조차도 황제를 이렇게 대담하게 신격화 하지는 못하였음을 상기한다면 오토 3세의 이러한 발상은 초자연의 위계를 현세에 적용시키는 망상에 가깝다 할 것이다. 

     

     힐테스하임의 베른워드 대주교(993-1022)는 그의 교회 성 미카엘을 새로 단장하면서 로마의 미술 방식을 적용하고자 했다. 오토 3세의 가정교사였으며 궁정교회의 신부였고, 로마에도 여러 번 다녀온 그는 당연히 고대문화에도 해박하였다. 그는 로마에 있는 트라이야누스 기념주 형태에 창세기와 예수의 일생 이야기를 담은 청동문을 주조하였다. 고대 로마를 선망하여 기둥에 나선구조를 적용하였으나 상승의 느낌은 나지 않으며 인물과 건물, 풍경의 묘사는 풍부함이 결여되어 있다. 다만 이렇게 큰 덩어리를 주물로 떠냈다는 것은 주물기법의 큰 발전이었다.

     

     청동문의 이야기 중 하나만 보자. 그림의 부조는 다암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은 후 하느님에게 혼나는 장면이다. 하느님과 아담과 이브 세 형상은 손짓으로 성경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내가 따먹지 말라고 일러둔 나무 열매를 네가 따먹었구나" (창세기 3:11)라고 꾸짓으시니 아담은 핑계를 대었다. "당신께서 저에게 짝지어주신 여자가 그 나무에서 열매를 따주기에 먹었을 따름입니다." (창세기 3:12) 그러자 여자도 핑계를 대었다. "뱀에게 속아서 따먹었습니다" (창세기 3:13)라고 그림에서 손짓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이 아누 놀랍다. 우리는 이들의 손짓만으로도 내용을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설명 이외의 묘사는 매우 빈약하여 낙원은 고사리 같은 나무 두어 그루로 묘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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