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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독교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종합예술 : 고딕 미술
    카테고리 없음 2023. 7. 17. 16:44

    용어와 시대 배경

     

     고딕이라는 단어는 '고트족의'라는 뜻이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14세기 이전의 건축물을 '괴물 같고 야만적'이며 '고트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폄하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즉 그리스, 로마적인 조화가 없으니 야만적이라고 비하한 것이다. 그러나 13, 14세기 당시의 프랑스 사람들은 고딕 스타일을 현대적인 건축이라고 불렀다. 이전 시대의 건축보다 공법도 훨씬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미감도 아주 새로웠기 때문이다. 12세기 후반부터 14세기까지 이백여 년간 계속된 십자군원정으로 유럽과 동방을 잇는 교통이 발달하고, 도시와 상공업이 부흥하였다. 장인과 상인, 의사, 변호사, 교사 등이 활동하는 도시는 공기마저도 자유롭게 느껴졌다. 외진 곳에 위치한 수도원 중심으로 발달하던 기독교도 이전과는 달리 도시에서 대성당 위주로 발달하였다. 이제 교회는 단순히 기도만 하는 곳이 아니라 대학과 이에 따른 출판, 문화기관이기도 하였으며 병원과 사회시설을 관장하는 복지기관이기도 하였다. 다시 말해 인간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를 관장하는 곳이었다. 당연히 교회를 위해 제작된 미술품에서도 이러한 시대의 사고방식과 인식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하느님을 위한 종합예술 : 고딕 교회 건축

     

     파리 북쪽에 위치한 생 드니의 쉬제르 주교는 교회를 개축하면서 규모만 키운것이 아니라 정면에 2개의 높은 탑을 쌓고, 세상의 빛인 하느님을 교회에 모시기 위하여 창문을 스테인드글라스로 함으로써 새로운 교회양식을 시작하였다. 아치들은 아직 로마네스크식의 둥근 형태이지만 수직선을 강조한 정면의 구성은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생 드니에서 시작된 새로운 건축방식은 그 후 2세기 동안 끊임없이 발전하여, 파리를 중심으로 하는 일 드 프랑스 지역의 교회들은 조금이라도 더 높게 지으려고 서로 경쟁하였다. 생 드니보다 20-30년 후에 짓기 시작한 파리의 노트르담은 정면 구성이 훨씬 조직적이며 아치의 끝도  뾰족하게 변형되어 있다. 더 높게 쌓으면서도 경쾌한 느낌이 들게 하기 위해 벽은 오히려 로마네스크 교회의 벽보다 얇아졌으며 그 대신 공중부벽을 사용하여 건물을 지탱하게 하였다. 평면 또한 십자형의 상징적인 도면으로 이루어지던 로마네스크 교회와는 달리 통합된 구조를 조직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13세기 전반기에 지어진 랭스 대성당은 고딕 건축의 전형을 보여준다. 수직과 수평이 함께 강조되었던 파리의 노트르담 보다 수평선은 약화되고 수직선은 강조되었다. 첨두 아치로 이루어진 정면의 세 문은 입구가 깊어서 입체감이 있으며 기둥 끝마다 세워진 피너클(작은 뾰족함)과 작은 장식들은 이 거대한 건축물을 오히려 가볍고 섬세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고딕 성당의 내부는 더욱 신비감을 준다. 13세기 고딕 건축의 정점을 이루는 아미앵 대성당을 보자. 기둥 아래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수직선들의 숲은 내부에서도 위를 우러르게 하며 천장의 늑골궁륭들이 이루는 조직적인 구조는 고딕 건축이 얼마나 과학적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스테인드글라스는 건물 외벽에서 보면 창문장식에 불과하지만 내부에서 이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느껴보면 마치 성령의 오묘한 빛이 가득한 듯하다. 도판을 통해서는 건축공간과 빛의 효과를 실감할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오묘한 빛이 가득한 내부를 한번 상상해 보라. 그리고 여기에 오르간의 웅장한 음악과 합창의 성가가 울려 퍼진다면 그곳이 바로 찬상의 세계일 것이다. 고딕 교회는 건축과 빛, 조각과 공예, 그리고 음악이 서로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종합예술인 것이다.   

     

    구원을 강조하는 최후의 심판과 마리아 신앙의 대두

     

     사회가 전반적으로 발전하면서 형성된 이러한 긍정적 분위기는 최후의 심판의 공푸심도 변화시키고 있다. 파리 노트르담 교회의 중앙문에 묘사된 <최후의 심판>을 오툉의 것과 비교해 보자. 우선 중앙에 크게 지배하던 초인적인 하느님이 여기서는 화면 위에 작게 위치하며 모습도 현세의 인간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관에서 나오는 사람들 또한 더 이상 공포에 떠는 미약한 존재가 아니고 이 세상에서 살던 의관을 갖춘 사람들이다. 영혼을 재는 저울을 중앙에 놓고 천당과 지옥을 좌우로 배치함으로써 구조도 합리적으로 변화시켰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최후의 심판을 대하는 의식의 변화일 것이다. 강박적인 지옥의 무서움은 약화시키고, 예수의 좌우에서 자비를 간구하는 마리아와 요한의 비중을 키움으로써 천벌보다는 구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자비를 강조하는 이 시대 기독교에서는 심판하는 하느님보다 보호하고 중개하는 마리아에 대한 숭배 신앙이 점점 커졌다. 예수로 대변되는 남성이 정의, 이성, 힘, 심판의 몫을 담당한다면 여성의 몫인 사랑, 감성, 관용, 자비는 마리아의 역할이었던 것이다. 기도도 마리아에게 하고 교회도 마리아에게 바쳐졌다. '노트르담'은 프랑스어로 '우리의 여성' 즉 마리아를 지칭하니 노트르담 교회는 파리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마리아에게 바쳐진 프랑스의 교회 모두를 가리키는 것이다. 예수 탄생을 나타내기 위해 등장하던 마리아 도상은 이제 독자적인 상으로 새겨져서 마리아의 죽음과 승천(하단), 그리고 예수의 오른편에서 머리에 관을 받는 도상(상단)으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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