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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으로서의 미술 : 레오나르도 다 빈치_2
    카테고리 없음 2023. 7. 24. 17:11

     우리는 앞서 <최후의 만찬>의 원근법적인 효과를 보았다. 잠시 기법을 이야기하고 이번엔 이야기와 인물의 동작을 보자. 원래 프레스코화는 젖은 회벽에 수성물감을 투입시켜서 말리는 기법이다. 그러나 언제나 새로움을 시도하려 했던 레오나르도는 마른 회벽에 유성물감을 사용하였다. 제작한 지 2년도 안돼서 물감들이 벗겨졌기 때문에 현재도 보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이다. 

     

     복음서의 '최후의 만찬' 부분을 들으면서 그림을 자세히 보자.

     

     예수께서 같이 음식을 나누시면서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제자들은 몹시 걱정이 되어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지요?"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지금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은 사람이 바로 나를 배반할 것이다." 그때에 예수를 배반한 유다도 나서서 "선생님, 저는 아니지요?" 하고 묻자 예수께서 "그것은 네 말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예수께서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받아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하셨다(마태복음 26:21-28).

     

     이 이야기를 들으며 제자들의 동작을 보니 마치 연극 같다. 제자들은 저마다 두 손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또는 두 팔을 벌리며 "저는 아니지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배반할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서로 수군거리고 있다. 그러나 저마다 놀라고 있는 동작에도 불구하고 침착해 보이는 것은 아마 화면의 구성 덕분일 것이다. 침착한 예수의 좌우에 있는 12명의 제자는 3명씩 네 그룹으로 나뉘어 화면을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유다는 왼쪽에서 다섯 번째, 몸을 뒤로 빼서 머리는 네 번째에 그려졌다. 

     

     레오나르도의 많은 작품 중에서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하는 작품은 아마 <모나리자>일 것이다. '신비한 미소'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 초상화는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으며 현대에도 작품이나 광고에 수많은 패러디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림을 신비의 베일로 신화화하는 것은 감상의 좋은 방법은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살펴본 레오나르도의 탐구심을 상기한다면 이 그림도 그 관심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모나리자>는 프란체스코 델 지오콘다의 부인 초상이다. 그러나 물론 그 주인공이 아름답기 때문에 그림이 아름다운 건 아니다. 

     

     우선 모나리자는 시선을 우리를 바라보고 있지만 몸은 약간 오른쪽으로 틀고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따라서 세 변이 서로 약간 다른 삼각형의 구도를 이루며 자연스럽다. 오늘날에도 사진 촬영에서 이 포즈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눈이나 머리카락, 옷, 손등 등의 모든 세부들은 윤곽선이 선명하지 않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사용해온 스푸마토 기법(물체의 윤곽선을 마치 안개에 싸인 듯 사라지게 하는 기법)을 더욱 섬세하고 우아하게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이 기법이 아마 <모나리자>를 신비하게 느끼게 한 주 요인일 것이다. 배경도 실제의 풍경과 우리가 <동굴의 성모>에서 본 바와 같은 지리학에 대한 관심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레오나르도 자신 또한 이 그림에 애착을 가진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그림을 통해 추구한 자연의 근원에 대한 탐구와 실제 사물이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소위 명화라고 지칭하는 레오나르도의 작품들보다 그의 관심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은 드로잉 또는 스케치들이다. 교황에게 허가를 받아 인체 해부를 하며 그린 인체의 그림들도 그 중 일부이다. 그는 팔다리의 근육과 뼈, 동작에 따른 변화들을 아주 상세히 관찰하고 묘사했다. 일반적으로 화가들이 정확한 인체묘사를 위해 해부학을 공부하였지만 그의 해부학은 그러한 목적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체내의 내장이나 신경조직, 뱃속의 태아까지 연구한 것을 보면 그의 탐구는 바로 생명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자 하는 데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인체뿐만 아니라 수많은 물거품을 이루며 부서지는 홍수의 소용돌이에서 그는 사물이 움직이는 원동력, 에너지의 원천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우리는 다방면에 재주 있는 사람을 르네상스 맨이라고 부른다. 시대의 양식을 이끈 화가이며, 근대적인 경험과학을 시작한 과학자이고, 또 용도에 맞는 기구를 창안한 엔지니어이고 건축가였던 레오나르도야말로 르네상스 맨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업적들은 단순한 재주가 아니라 사물에 대한 통찰과 탐구의 소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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